2017. 06. 15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FAEMA E61 JUBILE 2GR.
내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머신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회색, 메탈 재질에 넓은 전면 판은 깨끗하게 닦아놓으면 꽤나 고급스러워보인다.
뒷면으로는, FAEMA E61 문구가 생겨진 아크릴 판에 붉은색 LED가 설치되어 그것 나름대로 또 예쁘기도 하지만
내 경우엔 작업대의 편의성과 앞면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택하여 카운터 뒤쪽으로 기기의 전면이 보이도록 설치했다.
무게는 60kg으로 성인 남성 두명이 함께 들어야 이동이 가능하다.
(머신 아랫면을 닦기 위해 어떻게든 혼자서 조금이라도 들어보려고 시도했으나 내 경우엔 처참히 실패했다. 당신은 성공하라.)
보일러의 용량은 11L이며, 전력은 4kw를 사용한다.
사실, 카페를 시작하며 꽤나 놀랐던 부분 중 하나가 필요전력이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총 용량이 대략 3kw정도인데
카페의 경우 커피 머신 1개만 사용하는 전기가 4kw.
전기세가 매우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제기랄.
압력은 9Bar정도로 셋팅되어있고, Pre-Infusion 기능이 있다.
기기 청소는 조금 힘든 편이다. 손에 걸리는 것이 많고
일체형인 샤워 스크린의 분리는 손재주가 모자라거나 힘이 너무 센 사람의 경우
잘못하면 샤워 스크린을 박살내야 분리가 가능할만큼 분리과정이 피곤하게 생겼다.
다른 브랜드의 머신들의 경우, 간혹 머신 세척 세제를 넣고 작동시키면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청소를 해주는 기능도 있다곤 하지만,
이 머신에는 그런 기능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여러가지 기능적으로 부족할 것 없고,
바닥에 놓인 인조대리석을 부술 기세로 뿜어내는 스팀은 간혹 놀랍기까지 하다.
그라인더는 Mahlkonig Twin을 사용하고 있는데, 조합이 나쁘지 않다.
매번 종류가 바뀌는 싱글 오리진 원두와, 블렌딩 된 중,중강배전의 원두 두가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크레마가 매우 예쁘게 떨어진다. 아마 원두와 그라인더, 머신 궁합의 꽤 괜찮은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깐, 밸런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
잘 된 밸런스의 시너지효과라는것은 사실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디오를 녹음하는 장비의 경우에도
마이크와, 마이크 소리를 증폭시켜줄 프리앰프, 그리고 컨버터와 인터페이스의 성능,
조금 더 세밀하게 보자면 이를 연결시켜주는 케이블까지도 소위 말하는 "급"이 맞질 않으면
모처럼 마련한 고가의 장비가 제 성능을 내지 못하고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소리가 나버린다.
고가의 마이크를 저가의 프리앰프에 연결하면, 모처럼 좋은 소리를 가지고 왔는데 충분히 밀도있는 소리를 증폭시켜주질 못하고
저가의 마이크를 고가의 프리앰프에 연결하면, 좋지 않은 소리를 증폭시킨들 결국 좋지 않은 소리가 커질 뿐인 것 처럼.
커피 역시 충분히 좋은 원두라면 좋은 그라인더가 필요하고, 고른 압력과 고른 온도의 물을 담아 에스프레소를 완성해줄
머신이 필요해진다.
이는 중저가 머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좋은 원두를 저가 머신에 집어넣는다고 해도 충분한 압력과 메커니즘이 받쳐주는 머신이 아니라면 결국 좋은 원두의 매력을
100% 뽑아내지 못한 채 밍숭맹숭한 에스프레소가 뽑혀버릴 것이 분명하고,
저가의 원두를 사용한다면 이를 굳이 상급 머신에 집어넣어 좋은 맛이 나오길 기대하기보다
적당한 머신을 선택하여 적당한 밸런스를 유지하는편이 투자비용 대비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런 것처럼 연쇄 작업이 필요한 모든 장비들을 셋팅할 때에는, 항상 밸런스를 염두에 두고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어떠한 요소들이, 어떠한 과정들이 더 커피의 맛을 좋게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는지
그 경우의 수는 다 설명할 수 없을만큼 많겠지만, 밸런스만큼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중요하다.
커피의 맛이 궁금하신 분은, 강남구 청담동 슬리피캣카페로 들러주시면
블로그 겸 카페 주인의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SLEEPYCAT COFFEE. / since 2016.03.
'커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리피캣커피 #1 [어느 퇴직하는 아저씨의 이야기] (0) | 2017.06.14 |
---|